Memo1
"To fully experience the tragedy of Titanic, to be able to comprehend it in
human terms, it seemed necessary to create an emotional lightning rod for the
audience by giving them two main characters they care about and then taking
those characters into hell."
(James Cameron from James Cameron's TITANIC)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친구가 된 교또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그 친구가 친하게 지내는 교수님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유신을 반대하는 유인물을 만들었다가 안기부로 끌려가서 어려움을 당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일본에서 총련 전임일꾼으로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극히 개인적인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받았을 때 그 내용이 아무런 정치적인 것을 담고 있지 않았었음에도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기내 화장실에 버린 적이 있으시다고 한다. 변기에 조각조각난 편지를 버리면서도 영화 <백야>의 내용이 생각나 혹시 그들이 이것을 발견해 (그리고 복원해) 문제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셨었다고... 과거에 무시무시한 위협과 고통을 몸으로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생생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시달리게 될 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희연이 오사카로 돌아와 상인을 다시 만나게 되고, 허리가 아파 쓰러지는 사건을 통해 서로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상인과의 관계에 commit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종류의 두려움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상인과 사귀었을 때 둘을 갈라놓기 위해서 희연의 아버지가 동원했던 위협과 폭력이 매우 실제적이었고 무서웠었기 때문에 현재에도 그 두려움은 존재한다. 이런 concept를 어떻게 이야기로 엮을 수 있을까가 지금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다.
아버지의 위협, 그로 인한 두려움이 real하려면 아버지의 캐릭터가 real해야 한다. 그러면, 희연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었는데, 오늘 신문에 JP가 했다는 말을 읽어보니 그의 한 마디로 희연의 아버지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6.25때 동기생 1600명중 430명이 전사했다. 내가 국립묘지에서 명복을 빌면서 내 이름 앞에 생잔자(生殘者)라고 썼다. 북한에 가서 김일성 밀랍인형 보고 눈물흘리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지하에서 뭐라하겠어..."
희연의 아버지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관념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그로 인해 저쪽에 대한 적대감과 미움도 실제적이다. 그가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가 눈 앞에서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주 어렵게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빽도 없이 돈도 없이 살아남았어야 했기 때문에 자신을 엄격하게 채찍질해가면서 노력하며 살아온 것이 굳어져 원칙에 철저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는 성격이 되었다. 그런 그가 빨갱이를 집에 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그것은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이다.
남한=자유민주주의, 북한=공산주의라는 관점이 그에게는 아무 모순 없이 성립이 된다. 그의 캐릭터를 통해 "내면화된 분단의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면 한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이 혹은 노동자들이 데모를 하는 것에 대해서 그는 아무 의심의 여지가 없이 그런 행동은 위쪽의 지령을 받은 빨갱이들이 우리 사회를 교란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체화된 반공주의라고나 할까. 나이 드신 분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세대차이를 느낀다.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도 느끼게 되는 괴리감... 일본에 있을 때 재일동포 3세인 사람으로부터 "(당신은) 분단 3세이니 그런 (위에 예를 든 것과 같은)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않냐"고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분단 3세... 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이 낯설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다른 사람을) 재일동포 3세, 재미동포 2세라고 부르는 것에는 익숙했었지만... 어쨋든 매우 신선한 질문이었다. 나는, 나의 세대는 과연 자유롭게 사고하고 있는지. 생활 속에 깊이 잠복되어 있다보니 그 실체가 잘 감지되지 않는 분단 이데올로기의 문제에서...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부정적인 답이 나오는 듯 하다. 기억을 거슬러가보면 고등학교 때 '교련'이란 과목을 배워야만 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는 여자라서 삼각대 묶는 방법, 방독면 쓰는 방법 등에 대해 시험을 보았지만 남학생들은 총 끝에 달려있는 칼로 '적군'을 찌르고 손목을 돌려 칼을 빼는 동작을 연습하고 손목을 얼마나 잘 돌리느냐에 따라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쓰다보니 또 하나의 연출의도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어떤 부분인지는 전달되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