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IF Presentation
이 영화는 love story이고, 결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결혼식이나 결혼생활이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20 몇 년을
전혀 다른 장소, 문화, 환경, 체제에서 살아왔던 두 사람이 남은 인생의 여정을 함께 걷기로 결정하는, 그런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결혼에 관한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간 희연은 같은 대학에 다니던 재일동포 친구의 소개로 여름방학 중에 조선학교에서 벌어지는 '납량모임' - 그 지역에 사는 동포들이 모여서 고기를 구워먹는 등 식사도 같이 하고, 조선학교 학생들과 가무단의 공연을 보기도 하는 그런 모임에 호기심 반으로 참석했다가 그 자리에서 상인을 만나게 됩니다. 스무 살을 갓 넘은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들에게는 그녀가 대한민국 국민이고 그가 조총련 학교인 조선대학교 학생이고 장차 조총련에서 전임일꾼인 조선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려 한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희연의 가족, 희연의 조국은 두 사람의 관계를 용납할 수 없었고 희연의 아버지는 희연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두 사람의 관계를 강제적으로 갈라놓고 희연을 미국으로 보내버립니다.
7년의 시간이 지나고 희연은 M&A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일본회사를 인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에 오게 되고 상인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과거에 헤어졌던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채 바쁘게 자신의 삶을 살아오던 두 사람, 한 사람은 투자금융회사에서 몇 만불의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고, 한 사람은 북한을 조국이라고 생각하며 조총련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데, 이 두사람이 과거의 사랑과 상처에 맞부닥뜨려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자세한 줄거리는 PPP 책에 나와 있습니다.)
저는 작년 12월부터 4번에 걸쳐 일본에 갔다 왔습니다. 일본에서의 취재는 주로 남자주인공인 상인의 배경이 되는 조선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제가 그동안 취재하며 촬영한 것을 중심으로 2분 30초 정도의 영상물을 준비했습니다.
(비디오를 보여준 후)
이 영화의 차별점과 강점(마케팅 포인트)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멜러 장르의 차용으로 대중성 확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재의 성격상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재일동포들, 특히 조선적을 가지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의 삶에 대해 다루어질 것이고, 정치적인 언급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스토리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love story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플롯을 따라가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쉽지만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사랑하기로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신선한 소재와 배경을 들 수 있습니다. 조선적을 지키고 있는 재일동포들이나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런 점이 오히려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적으로, 조선적이라는 것은 해방 후 일본 정부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던 우리 동포들에게 임의적으로 조선반도 출신자임을 표시하기 위해 준 국적입니다. 하지만 사실 조선이라는 나라는 더 이상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국적이라기보다는 출신지를 표시하는 의미에 지나지 않고, 엄밀한 의미에서는 무국적자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재일동포들은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는 이상 조선적으로 살아왔었지만 1965년 한일협정 발효 후 남한 정부가 대부분 제주도, 경상도 등 남한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재일동포들에게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도록 요구하며 '줄서기'를 강요하였었습니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동포들은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고 신문에도 그렇게 나오지만 사실 북한국적이라는 것은, 북한과 일본이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단순히 북한지지자로 인식되어온 조선적 재일동포들 중에는 두 쪽 난 조국의 어느 한쪽만을 인정하고 다른 한쪽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여 그 누구보다 통일에 대한 염원을 안고 갖은 불편과 차별을 감수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사실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구심점이 되었던 것은 우리말과 글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던 조선학교였습니다.
세 번째로는 북한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들 수 있습니다.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법적으로는 북한국적이 아니지만 심정적으로는 북한을 조국이라고 부르고 자신들은 공화국의 해외공민이라고 생각하고있고 그러면서 고향은 대부분 제주도, 경상도 등 남한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태까지 한국영화에서 그려진 북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보면 <인샬라>, <쉬리>, <간첩리철진>이나 휴머니즘의 옷을 입은 <공동경비구여 JSA>에 이르기까지도 군인이나 간첩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북한 사람에게서 군복을 벗길 시대가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성공적으로 북한인을 우정의 대상으로 그려낸 것을 넘어 이제는 사랑의 대상, 더 나아가 함께 살기로 결정하는 대상으로 볼 수 있는 때가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 번 조선학교를 방문하면서 실제 조선학교에서 촬영하고 조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재일동포 4세들을 출연시키려고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케 된다면 <책상 서랍 속의 동화>나 <집시에서의 시간>에서처럼 독특한 도큐적 재미와 즐거움이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내년에 촬영을 시작하고 후년인 2003년에 개봉하게 된다면 6.25 휴전 협정 후 5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마케팅 이슈화에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매스컴의 호의적 관심 유도 가능?)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