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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00년 여름 ‘실크로드 2000’ 사역으로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땅을 한 달 동안 밟았던 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니 어쩌면 ‘실크로드 2000’ 사역에 대해 처음 들었던 99년 가을 ‘부흥 2000 콘서트’가 내 마음에 처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씨앗이 뿌려졌던 때인지도 모르겠다.

 

남북이 하나 되어 하나님을 섬기는 2000년대를 꿈꾸며…

 

그 날 그렇게 함께 기도하며 북한에 대한 마음이 심겨졌었다. 그런데 며칠 후 주일예배를 드리는데 O 목사님이 설교 중에 북한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한 주에 두 번씩이나 북한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하나님께서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헌금하도록 인도하신다고 느끼고 북한을 품고 중보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2000년 여름, 실크로드에서 보낸 한 달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민족’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나는 6년 넘게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지만 워낙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에 있었기 때문에 타향에서 우리 나라 사람을 만났다고 감격스럽다거나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특별히 없었다. 하지만 낯선 중앙아시아 나라의 시장에서 김치를 (우리가 먹는 김치와는 너무 달라 샐러드에 가깝게 보이기는 하지만) 팔고 계시는 고려인 동포들을 만날 때 혹은 지하교회에서 고려인 형제 자매들과 함께 예배 드릴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은 분명 미국이나 유럽 같은 나라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뜨거운 그 무엇이었다. 한 번은 4명이 한 조가 되어 시내로 땅밟기기도를 하러 나갔는데 시장 근처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러시아인들과 고려인 동포 몇 분을 만나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 중에 세르게이 임이란 이름의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마침 우리 조에 임씨 성을 가지고 있는 형제가 한 명 있었다. 세르게이 임 할아버지는 그 형제가 자신과 성씨가 같다는 것을 아시고는 ‘임’ 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여권을 몇 번이나 보여 주시면서 그 형제를 수도 없이 거듭하여 포옹하셨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난다.

 

사실 나는 나의 한국인이란 아이덴티티에 대해 그다지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내가 한국인이란 사실이 너무 싫어서 숨기고 싶다거나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한국인인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바쳐야겠다는… 그런 생각도 별로 없었다. 외국에 오래 살았어도 워낙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뉴욕에 있었기 때문에 나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실크로드 2000’ 사역은 우리 민족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실크로드 2000’ 사역은 전세계적인 기도와 연합의 네트워크였지만 실제적으로 한국의 인터콥과 예수전도단을 주축으로 한국 사람들이 치러 낸 대형 행사였다. 외국 사람들이었더라면 2년 이상을 준비했을 것이 틀림 없는 큰 규모의 사역이었지만, 우리들은 한국 사람 특유의 ‘밀어붙이기 정신’으로 단 몇 개월 만에 그 사역을 준비하고 치러 냈다. 물론 그렇게 급하게 일을 진행하면서 미숙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주님의 부르심이라는 그 한 가지의 이유만으로 몇 천 명의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재정과 시간을 들여서 중앙아시아에 모인 것을 보며 한국 교회의 저력과 희망을 보게 되었다.

 

그 때 하나님께서 그 사역을 준비했던 우리들에게 주셨던 환상이 있다. (이 사역을 위해 중보 하시던 어떤 장로님이 꾸신 꿈의 내용이라고 한다.) 먼 동쪽의 나라에서부터 흰 옷을 입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실크로드의 나라들을 따라 씨를 뿌리며 행진하는데 그 곳은 원래 길이 아닌 광야이지만 수없이 많은 이들이 걸음으로써 길이 만들어지는… 그런 비전이었다. 예전에는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답게 살지 못 하는 사람들에 대해 듣게 되면 (주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교회에 다니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인다) ‘하나님은 그런 사람들을 좀 교회에서 골라 내시지… 전도하기 힘들게 왜 그냥 놔두시지…’ 라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실크로드에서의 경험을 통해 왜 하나님이 구원 받는 자들의 수를 한반도에서 그토록 많이 더하셨는지 이해 되었다. 그것은 우리 나라만을 위한 축복이 아니라 중국과 몽골, 그리고 실크로드 상의 많은 나라와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가장 미약하고 단점 많은 우리 민족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택하신 것이다. 전쟁이 너무 급하기 때문에 자질도 부족하고 훈련도 되지 않았지만 일단 군사를 뽑아 모아 놓으신 하나님의 급한 사정이, 그리고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큰 기대가 가슴 절절히 느껴졌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아시아의 관문으로 우리 민족을 선택하셨는데 지금은 분단되어 있어 대륙으로 복음이 전파되는 하나님의 뜻이 지체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통일’에 대해서도 예전과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하는데 왜 일본에서인가? 내 자신에게도 수 없이 물어보았던 질문이다. 우선 일본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민사에 있어 둘도 없는 독특한 곳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는 남한 사람들이 이민을 갔고, 중국이나 중앙아시아의 동포들은 반대로 북한과 긴밀한 교류가 있었지만, 일본은 남한 쪽에 편향된 사람들과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인민기가 휘날리는 조선 학교 바로 앞의 집에 태극기 가 그려진 명패가 붙어 있는 데가 일본이다.

 

작년 2월에 1주일동안 ‘일본을 위한 단기중보기도학교’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일본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 나라가 분단되는 데 있어서 그 씨앗을 제공한 것이 일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제 시대에 교회가 신사 참배를 함으로 한국 교회가 분열되었고 그 후유증과 상처는 해방되고 반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교회에 생채기로 남아 있다. 일본은 정치적으로도 한반도의 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현대사를 나름대로 공부하며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나라를 둘로 갈라 놓은 일본 땅에서 둘이 하나 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통일이 되려면 먼저 해야 할 숙제가 있다.’ 작년 4월 예배/중보기도/영적전쟁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주강사였던 Paul Hawkins를 통하여 주셨던 말씀이다. ‘그 숙제란 일본을 용서하고 일본과 화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월드컵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다는 것은 통일이란 거대한 시나리오의 한 씬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프로젝트를 마음에 두고 처음 일본으로 향했던 것이 2000년 12월이었는데 그 때 추위로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 나라보다 기온이 높다고 옷을 얇게 가져갔던 까닭도 있었지만 그게 이유의 다는 아니었다는 것을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가슴 한 가운데가 얼어서 감각이 무디어진 느낌… 울고 싶지만 울 수 조차 없는 답답한 심정… 얼굴은 웃고 있어도 마음은 늘 슬픔으로 젖어 있는 것 같고 나의 나 됨이 견딜 수 없이 싫은… 그러한 느낌들이 떨쳐지지 않는 것인지, 예배를 드려도 오히려 더 무거워지는 듯 해 고통스러웠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도 하는데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들의 오랜 슬픔을 알고 있다. 이제 내가 그들의 슬픔을 바꾸어 기쁨의 춤을 추게 하겠다.’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하나님이 나를 일본으로, 조선적 재일동포들에게로 보내셨는지… 한 번은 일본에 있는 동안 일주일 내내 통곡하며 기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좀 장기간 일본에 머물렀기 때문에 한 달이 넘어가면서 지치고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닷새 째 되는 날 역시 통곡하면서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50년 동안 아무도 우리에게 와 주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총련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교회 다니는 사람을 평생 처음 만나 봤어요’라는 말이었다. 복음을 평생 처음 들어보았다는 것도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사람을 평생 처음 만났다는 사람들… 한국 선교사가 만 여 명에 이르고 사역하고 있는 나라가 160 여 개 국가라는데 우리는 그 동안 이데올로기의 벽에 갇혀 바로 옆에 위치한 나라,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했었다. 어쩌면 이들은 오지에 살고 있는 미전도 종족들보다도, 북녘 땅의 동포들보다도 더 우리의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하나님, 이들을 향해 가지고 계신 하나님의 꿈이 무엇입니까?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것을 이야기하려 하는데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렇게 여쭤 보았을 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마음을 부어 주셨다. 재일 조선인들은 남한에서 거절 당했고 (그들 중 대부분은 고향이 남쪽인데도) 북한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었고, 일본에서도 조국에서도 상처를 받아 왔지만 이제는 하나님께서 새 세대를 일으키실 것이며 구속된 그들은 일본과 조국을 잇는, 남과 북을 잇는 평화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그 동안 하나님께서 계시해 주신 하나님의 꿈, 하나님의 마음은 너무나도 거창한데 내 자신을 보면 너무 가진 것이 없어 좌절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절망할 수 없을 만큼 절망한 바로 그 순간마다 분명하게 내 영혼에 말씀해 주신 하나님의 음성이 있었다.

 

너는 아이라 하지 말고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가며 내가 네게 무엇을 명하든지 너는 말할찌니라 너는 그들을 인하여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하여 너를 구원하리라 나 여호와의 말이니라 하시고 여호와께서 그 손을 내밀어 내 입에 대시며 내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었노라 보라 내가 오늘날 너를 열방 만국 위에 세우고 너로 뽑으며 파괴하며 파멸하며 넘어뜨리며 건설하며 심게 하였느니라.
(예레미야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