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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은 갈아입는 옷"
단편영화<생>의 ECHO FILM 감독
강가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소년 소녀는 어느덧 삶의 고단함을 느끼는 여자의 모습으로 되어 우리를 찾았다.
단편영화 <생>의 감독 ECHO FILM(27).
그의 전작<스케이트>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생>은 참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스케이트>는 흑백의 아련한 풍경. 즉 회상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생>은 제목 그대로 더 이상 미화될 여지가 없는 현실을 다룬 작품입니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거의 없고 조명도 형광등 빛 그대로의 푸르스름함을 살렸어요. 장소도 실제 다세대 주택을 빌려 내부를 꾸몄구요. 전작과 너무 다르다구요? 저는 어떤 스타일에 매달리고 싶지는 않아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스타일은 가변적인 옷과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주 영화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일이라면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함이었다고 말하는 조 감독에게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잦은 영사사고나 관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극장시설이었다. "처음이니까 시행착오들이 많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과 만나는 그 순간에 세심하게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작년 봄에 <생>의 후반작업을 마치고 변혁 감독의 <인터뷰>의 다큐멘터리 부분을 돕느라 자유의 몸(?)이 된지 얼마되지 않았다며, 단편이든 장편이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차기작을 만들 수 있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단편은 감독과 국화빵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동심의 소녀도 생에 지친 여자의 모습도 그저 단아해만 보이는 그의 얼굴 어딘가에 숨어있는 ECHO FILM의 모습이었다.
- 씨네 21 손흥주 2000. 5.